오연희의 문학서재






오늘:
18
어제:
36
전체:
1,293,686

이달의 작가
2015.07.07 02:45

무너진 나무 한 그루

조회 수 12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무너진 나무 한 그루


-위안부 할머니시여   -                                                            

 

산책길에

넘어져 있는 늙은 나무 한 그루

둥치가 들린 채 벌렁 누워있다 

 

뿌리들 사이로 삐져나온 지하수 파이프는

둥치를 깊숙이 관통한 채

꽂혀 있는 닙본도(日本刀)

 

살아 있는 심장에 찔러 넣어

죽어도 빠지지 않는 칼날을 붙잡고

아, 아직 피를 토해내고 있는

몸부림치는 소리

 

잘못했다고

한마디만, 한마디만 해 달라 그리 외쳐대는데

인두겁을 쓴 저 짐승들

끝까지 짐승으로 남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못 본 척 못 들은 척

미안합니다. 미안합니다.

나는 발걸음만 재촉하며 돌아가는데

삐죽 솟은 지하수 파이프 위에는

다람쥐 한 마리 올라앉아 있고

나무는 이제 곧

토막토막으로 잘려나가 사라질 모진 생

눈물겨울 뿐이다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89 수필 인연 1 오연희 2006.07.20 1241
88 인연의 코드 1 오연희 2005.09.07 967
87 수필 인터넷 건강정보 믿어야 하나 2 오연희 2016.03.29 194
86 인터뷰 1 오연희 2006.11.14 672
85 일기 1 오연희 2004.08.22 702
84 수필 일회용품, 이렇게 써도 되나 2 오연희 2015.09.16 498
83 읽는 즐거움에 대하여 1 오연희 2009.02.11 1184
82 자국 오연희 2005.09.21 612
81 수필 자매들 오연희 2015.10.08 142
80 수필 자매들의 대통령 선거 열풍 오연희 2022.03.24 106
79 수필 자식 결혼과 부모노릇 오연희 2012.10.25 603
78 자카란타 오연희 2008.05.30 1625
77 자카란타 꽃잎 떨구며 1 오연희 2006.07.06 932
76 잔치국수 4 오연희 2016.08.29 224
75 오연희 2005.08.31 632
74 잠 속에서도 자란다 1 오연희 2012.08.12 835
73 잠자리에 들면 1 오연희 2005.11.09 948
72 수필 장모누나 시언니 오연희 2012.03.20 938
71 장아찌를 담그며 1 오연희 2008.02.28 1316
70 수필 재수없는 날 오연희 2003.07.21 836
Board Pagination Prev 1 ...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Next
/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