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선이 따로 있나 >
난 여기서 노인분들 늘 대하잖소
마음 트고 얘기할만하다 싶으면
거의 예외없이 같은 얘길 한다오
절대 미련하게 살지 말라고
하고싶은 거 즐기라고
인생 아주 잠깐이더라고
그 말 누가 모르나
맞는 말인 줄 알지만
금방내 또 눈앞에 닥친 일상에 젖어
새까맣게 잊은채 버둥대고
그냥 그렇게 세월 흐르고
어디 한적한 곳에 가서
로빈손 크루소처럼 살 수는 없을까
낚싯대 메고 보리벙거지 쓰고
룰룰랄라 하면서
이런 소박한 꿈도 내겐 사치인지
까짓거, 오는 길에 푸성귀 한웅큼 뜯고
오이 몇 개 따서는
쌈장 올려 눈 부릅뜨고 먹으면
그게 최곤데
신선이 따로 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