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회 >
언뜻 뒤돌아보니
정말 정신없이 달려왔구먼
목적지는 뻔한 건데, 너 나 없이
자랑스럽고 번듯한 것은
눈을 씻고 찾아도 하나도 없고
온통 부끄럽고 창피하고 낯뜨거운 기억들만
어쩌면 그리도 골라서 누빈 걸까
친절하라, 너그러우라, 배려하라
늘상 배우고 가르쳤으면서
부끄럽게도 작은 것 하나에도 난
쉽게 섭섭해하고 아파하고 마음을 닫았었구먼
예뻐하고 흐뭇해하고 사랑하기만도
짧은 인생이라 말들하더만
그런 도는 진작에 터득했던 줄 알았더니
그 근저리도 못 갔었네, 나 원 참
다행히 아직 석양이 머무는 동안
다소곳이 머리 조아리고 참회할 수 있다면
그건 분명 하늘의 은총일 터
보나마나 얼마 후
또 다시 같은 참회를 하겠지만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