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자리 / 성백군
화병에 꽂은 꽃다발
며칠 지나가면서 시든 것은 골라냈더니
장미꽃 한 송이만 달랑 남았습니다
이제는 그것도 시들어
어찌할까 하고 들여다보다가
화병 속을 보았습니다
졸아든 물은 내 마음자리입니다
화병을 꽉 채웠던 꽃들은
내 아이들, 다 어디로 가고
어느새
한 송이 남은 장미꽃마저 시들한가
다시 사다 꽂으면 된다지만
마음자리 채울 물이 없으니
새것이 들어온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아내여
시들어도 좋으니
당신 손으로는 뽑아내지 말아요
당신은 내 목숨 마지막 자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