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移徙) / 성백군
나이 많아
오래 살던 집을 옮기려 하니
이것저것 버릴 것이 너무 많다
나도 이제 많이 늙었는데
얼마나 더 오래 살겠다고 이걸 다 가져가
하면서도 그동안 손때 묻은 정 때문인지
이쪽저쪽으로 갈라치기 하기가 만만찮다
그렇지만
지금 결정하지 못하면
죽을 때는 빼앗기게 된다
부도 명예도 권세도 다 차압당하기 전에
내가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자유, 평생을 바삐 사느라
무엇인지도 모르고 살다가
마지막 이삿짐을 쌓느라 골몰하는 자유
바르게 사용하기가 쉽지 않다
1187 - 12262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