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인심 / 성백군
빵 부스러기나
좁쌀 한 줌 주머니에 넣고
공원 벤치에 앉았다
어떻게 알았는지
새 몇 마리 주위를 기웃거리다가
좁쌀 몇 뿌려주면
참새, 비둘기, 카나리아, 온갖 잡새들
가릴 것 없이 금세 한마당이다.
간혹, 어깨에 앉고
발등을 쪼기도 하고 손바닥을 간질기도 하다가
더 나올 것이 없다 싶으면
손짓 따라 맞은편 사람에게로 옮겨간다
허한 마음
새들에게 만이겠는가
부와 권세와 명예를 따라
우르르 몰려갔다가 흩어지는 세상인심
주머니에 모이가 없었다면
새들에게 서운하다는 생각이 들었을까
가난해서 줄 것이 없어서
나에게는 세상인심이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