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르카 >
내가 왜 존재하는 지
왜 사는 지
나라는 인생에 기대 됐던 것이 무엇인지
종교를 배제하면
설명하기도 이해하기도
궁색한 것이 사실이지만
너무 종교적이지는 마시게
숨이 막히는 것을…
극단이지 않은 종교를, 신앙을
난 본적이 없다네, 인류 역사에서
섣불리 부인하려 항변하지 마시게
서글픈 것을
그 종교가
진짜 그 신이 의도한
그 종교인지는, 그 사유인지는
아무도 모르지, 사실…
그저, 다, 그러려니 믿을 뿐
힘주어서
근간에 아프카니스탄 사태로
만인의 목전에 부각된
탈레반과 그들의 종교를 보면서
뇌리에 깊이 파고 드는 편린들
그건 ‘부르카’라는 이름의 절망
어떻게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부르카를 강요할 수 있나
누구에게서 위임받은 권위로?
누가 동의한 것인데?
이 모든 것들이
종교라는 이름으로
신앙이라는 명분으로
자행되고 있는 악마의 분탕질인지
중세로 회귀하려는
미안하지만 난
어느 특정 종교에도 어느 신앙에도
편견이 없는 자일세
단지 적나라하게 펼쳐지는 모순에, 아픔에
도리질을 하고 있을 뿐…
우리에게
희망이란 없는 것일까
*. 부르카는 눈 부분을 망사로 덮고
나머지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가리는 복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