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1.29 15:01
6월의 오후 3시와 4시 사이
전희진
창문을 흔들던 바람이 방문을 쾅 닫아버렸다. 주인이 없는 동안 거미 한 마리가 책상머리의 램프를 접수하고 있었고 사선으로 내리치던 햇빛이 어둠의 발치를 환히 덮어 버렸다. 6월의 오후 3시와 4시 사이는 우주의 미아처럼 아득하고 먼 시간, 책꽂이에 꽂혀있는 백년 동안의 고독이* 너를 바라본다. 아주 오래된 고독에게 들켜버린 네가 그제서야 반신반의 마주선 나를 따돌리고 부엌으로 향한다. 아이스박스에서 야채 과일 각종 반찬들을 주섬주섬 텅 빈 냉장고에 집어넣는다. 쫓아오려면 아직은 먼 저녁, 또 다른 저녁을 준비하기까지 고요의 손과 발이 무럭무럭 자라는 시간
방바닥에 무기력한 중력이 거꾸로 엎어져 있다. 그 안에 우주만큼 신비하고 두터운 책,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와 노트북이 호기심어린 세상 밖으로 한 발 기어 나왔다. 나를 잡아 주세요, 철제 손잡이가 너를 향해 긴 팔 벌리고 있다. 붉은 카펫에 엎어진 수억 년의 시간들을 못 본 척 그대로 보고 있다. 이미 너는 엎어졌으니
세상에서 가장 편한 자세로 네가 의자에 눕는다. 누워서 눈을 감는다. 파란 하늘이 흘러내리고 구름이 모였다가는 헤어지고 헤어졌다가는 무슨 때면 가족 모여들듯 모였다. 삶의 고비마다 눈을 감았다. 고비사막같이 널려있는 길들은 특히 그리움을 잘 감았다.
--시집 '우울과 달빛과 나란히 눕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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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아름다운 글을 쓰시는 분이군요.
감사합니다.
계속 좋은 글 많이 부탁드립니다.
푸른하늘 동해바다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