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5.20 18:44
오렌지 향기가 진동하는 봄밤의 살인 사건
전희진
잠에서 깨니 목이 말랐다 항상 목이 말랐다 목이 마르면 내가 깨어 있는 것이다
목이 마른 채로 침대에 그대로 누워 있었다
아침 햇살이 나른한가 내가 더 나른한가
마룻바닥에 오렌지 껍질도 누워 있다
숯검정 발이 무지 많은 사막의 벌레
곧 나이트 스탠드의 불을 켰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창궐하는 밤
무언가 형태를 모르는, 확인되지 않은 것이 내게서 날아 올랐다
다시 불을 끄고 잠자리에 들어 벌레처럼 몸을 돌돌 말았다
어둠 속 몸에 들러붙어 좀처럼 떼어낼수 없는 잠복한 것들이
탁탁 나의 얼굴과 손등을 치며 날아오르는
닥치는 대로 맨손으로 베개로 핸드폰으로 후려쳤다
핸드폰에서 나오는 집요한 빛 한 줄기와 날아다니는 생명체 하나가 한 뭉치로 원을 그리며
날고 있었다
아주 나쁜 꿈 속에 와 있는 듯 죄 없는 허공을 냅다 후려쳤다
바닥에 주저앉은 주검을 보고 그제야 확인 사살을 하듯 오렌지 껍질로 눌러 재차 죽음을 확인했다
봄이 뜨거운가 내가 더 뜨거운가
그리고 다시 잠을 청했다
국제문예,2020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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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밤의 불면이 시로 태어났네요, 돌돌 말린 몸위로 시인의 상상이 벌래처럼 난폭하게 날라다니고...
코비로 봄이 쯔거워진 그 봄이 겨울조차 달달 데우고 있습니다.
미주문협광고를 보고 제 책을 읽어보신 이산해 작가닌이 통화와 메일을 보내왔씁니다.
그분의 창작교실을 찿으니 없습니다. 잠이 오지 않아 희진씨 만나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