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2005.10.02 21:57

권태성 조회 수:391 추천:49


어제 하루는 친한 친구와 둘이서 어린 개구쟁이들처럼 놀리고 웃어가며 골프를 같이 했다.
정규18홀에 친구가 앞서 가고 연장 9홀에 다 만회하고도 $34불의 거금을 따서 친구는 약속이 있어 먼저 가고 혼자서 된장찌개와 맥주 한잔으로 저녁 식사를 하면서 오늘 하루는 참 행복했다는 생각을 했다.
좋은 친구와 재미있게 골프를 치고 $34불의 거금을 따서 저녁까지 맛있게 먹었으니 초장 끝 발에(?) 기고만장해 하던 친구를 혼내준 것이 내내 고소하여 같이 저녁을 할 수 있었으면 더 골려 줄 수 있었을 터인데 그러지 못해 아쉬웠지만 매우 기분 좋은 하루였다.
이제 나이 먹어가면서 터득해 가는 삶의 지혜는 큰 성공에서 얻어지는 행복 보다 이렇게 좋은 친구와 어울려 얼마 되지 않은 돈을 잃어도 좋고 따면 더 좋은 그리고 서로가 믿을 수 있기에 어지간한 농을 해도 허물이 되지 않을 수 있는 그런 편한 친구와의 시간들이 더 소중하고 큰 행복을 가져다 주는 것 같다.

골프가 원래 4명이 한 조가 되어 18홀을 도는 것이 원칙이기에 둘이서 치다 보면 박진감이 덜 해서 지루할 수도 있으나 이 친구와는 그렇지가 않다.
서로 지지 않으려는 적당한 경쟁심에 둘이서 쳐도 지루하지 않을 만큼 매 홀 긴장 속에서 최선을 다하지만 서로 놀리고 깔깔대며 상대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라는 흑심이 노골적으로 표출이 되어도 응당 그러려니 하고 기분이 나쁘다거나 화가 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서로 열이 오르면 연장 9홀은 흔히 있는 일이고 가끔은 연장 18홀 까지 가는 때도 있다. 그렇다고 우리가 골프 룰을 적당히 적용하거나 서로 봐주는 법도 없다. 서로가 믿고 편한 관계이다 보니 서로 골프 룰은 철저히 지키고 상금도 도가 지나치지 않은 한도 내에서 시작 전에 정하면 충실히 지키려 노력한다.
어릴 적 친구가 아니고 미국 이민 생활에서 사귄 친구이면서도 사업 관계로 자주 같이 하지 못해 아쉽지만 속내를 터 놓고 지낼 수 있는 몇 안 되는 친구이다.
고국에서야 어릴 때부터 오랜 세월 같이 해 온 친구들이 많이 있으니 문제가 없겠지만 이민 생활을 하다 보면 오랜 세월이 흘러도 마음을 트고 지낼 수 있는 친구를 만난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서로 믿고 편한 마음으로 대할 수 있는 친구, 옆에 있어서 좋고 없으면 생각나는 그런 친구, 그래서 만나면 나이를 잊고 어릴 적 동네 골목 길에서 콧물 흘려가며 열심히 딱지 치기 하던 개구쟁이의 순수한 마음으로 다시 돌아 갈 수 있는 그런 친구가 더욱 그리워진다.
오늘은 친구에게 전화해서 어제 맛있는 저녁 사 주어서 무척 고맙다는 말과 거금을 잃은 데 대해 심심한 위로(?)의 말을 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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