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라 하네

2007.05.06 14:05

권태성 조회 수:516 추천:63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조승희 사건도 이제는 세월 따라 서서히
망각의뒤안길로 잦아 들어 가고 있나 봅니다.
나 또한 미국에 사는 교포의 한 사람으로서 참으로 난감한 기분으로 몇 일을 보냈습니다.
어떠한 변명으로도 정당화 할 수 없는 그 끔직한 일이 한 젊은
교포에 의해 일어났다는 현실이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아서
꿈이었으면 했습니다.
같은 한국인이라는 것만으로도 왠지 내가 죄인이 된 것 같았던
씁쓸한 기분에 그 젊은이에 대한 원망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용서 받지 못할 그 끔직한 일을 저지른
한 젊은 교포의 살아 온 짧은 비극적인 삶이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이 땅에서 이민자로 살아 간다는 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그가 저지른 죄는 어떠한 변명의 여지도 없겠지만
그가 어린 나이에 이민 생활에서 겪어야 했을 고통을 이해하고
싶었습니다.
슬픈 삶을 살다가 용서 받지 못 할 죄악을 저지르고 생을 마감한
그를 생각하며 오래 전에 써 놓은 한편의 시를 생각했습니다.
이 시를 쓴 이유는 한 백인 미국인과 사소한 언쟁 끝에 이 친구의
입에서 갑자기 튀어 나온 “You go back to China.”라는 한마디
때문이었습니다.  
몇 일을 분한 마음을 삭히지 못하다가 이 글을 쓰고 나서 마음을
진정 시킬 수 있었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이 땅에 자손 대대로 튼튼한 뿌리를 내리려는
우리 이민1세들의 노력이 헛되이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2세들에게
더 따뜻한 관심을 기울여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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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라 하네
                        권태성

자네 나더러 떠나라 하네
촤이나로 돌아가라 하네
태평양 건너온 무궁화 한 그루
아직 뿌리가 내리는 아픔도
가시지 않았는데
자네 나더러 떠나라 하네

굶주림과 억압을 피해
대서양을 건너온 자네들
그 나무들이 겪어야 했던 어려움
자네는 족히 알고 있으련만
무궁화 나무 몇 그루
태평양 건너와 심었기로
자네 어떻게 떠나라 할 수가!

대서양을 건너온 자네들
수천 수 만년을 살아온 나무들을
뿌리째 뽑아 버리고
또 나더러 떠나라 하면
자네들만 이 땅에
독야청청 하겠다는 말인가!

여보게 자네
무궁화의 내력을 아는가
오천 년 무궁한 세월을
모진 비바람 눈보라 맞으면서도
삼천리 방방곡곡에
탐스런 꽃 피어온 무궁화를

평화를 사랑하는 무궁화 꽃
뜰 안에 가득한 집을 짖고
대서양을 건너온 자네들과
자자 손손 더불어 살 수 있는
그 날이 오기를 바라는 마음

여보게 자네
나의 이 소박한 꿈이
이 땅에 이루어지도록
기도해 주지 않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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