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권갑하

2005.11.12 14:44

김동찬 조회 수:815 추천:70

* <말로다 할 수 있다면 꽃이 왜 붉으랴>(2002년, 알토란, 권갑하)란 정형시 해설집에서 옮김.

나-무
            김동찬

소나무, 단풍나무, 참나무, 오동나무……
촉촉하게, 푸르게 살아 있는 동안은
나-무라 불리우지 않는다.
무슨무슨 나무일뿐이다.

초록색 파란 것, 말랑말랑 촉촉한 것
꿈꾸고 꽃피고 무성하던 젊은 날
다 떠나 보내고 나서
나-무가 되는 나무.

나무는 죽어서 비로소 나-무가 된다.
집이 되고, 책상이 되고, 목발이 되는 나-무.
둥기둥 거문고 맑은 노래가 되는 나-무.


***
꽃피고 이파리 무성한 날을 다 떠나보내고 나서야 나(我)-무(無)가 된다는 이 놀라운 발견! 나-무가 되어야 비로소 집이 되고 목발이 되고 마침내 둥기둥 거문고 맑은 노래가 된다는 이 깊은 성찰! 사물을 보는 눈을 이 시에서 한 수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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