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이정환

2005.12.01 03:32

김동찬 조회 수:980 추천:68

** <이정환의 아침시조 100선>(2004년, 혜화당)에서 이정환 시인의 해설을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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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김동찬

소나무, 단풍나무, 참나무, 오동나무……
촉촉하게, 푸르게 살아 있는 동안은
나-무라 불리우지 않는다.
무슨무슨 나무일뿐이다.

초록색 파란 것, 말랑말랑 촉촉한 것
꿈꾸고 꽃피고 무성하던 젊은 날
다 떠나 보내고 나서
나-무가 되는 나무.

나무는 죽어서 비로소 나-무가 된다.
집이 되고, 책상이 되고, 목발이 되는 나-무.
둥기둥 거문고 맑은 노래가 되는 나-무.

***

  <나-무>는 별다른 해설이 더 필요치 않을 만큼 수월하게 읽힙니다. 그렇습니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입니다. 살아있는 날 동안은 여러 가지 이름의 나무로 명명되다가 그 일생이 다 하고 나면 통틀어 '나-무'라고 불립니다.
  황홀했던, 때로는 몹시 아팠던 그 숱한 인고의 세월을 '다 떠나 보내고 나서/나-무가 되는 나무', '죽어서 비로소 나-무가 된' 것입니다. 집, 책상이 되고 몸이 불편한 이들의 목다리나 지팡이가 되는 나-무. 목발 즉 목다리를 빠뜨리지 않은 시인의 배려가 눈물겹습니다.
  그리하여 끝내는 '둥기둥 거문고 맑은 노래가 되는 나-무'에 이릅니다. 상생의 삶을 넌지시 일깨우는 <나-무>는 자연스러운 가락이 높은 음악성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비근한 소재로 울림이 큰 세계를 보여준 좋은 예가 <나-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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