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씨 / 이정환의 시조산책(114)
2005.12.01 03:37
이정환의 시조 산책(114)
2003년 12월 8일 월요일
-------------------------------
반바지 차림으로 들길을 걷다보면
종아리를 간질이는 풀잎들이 반긴다
살아서 만나게될 줄
정말로 몰랐다 한다
신발에 붙어온 악착스런 풀씨 한 개
동대문 평화시장에서 억세게 살아왔구나
고맙다
거친 손 꽉 쥐며
울먹이던 영준이
-김동찬의 <풀씨>, 전문
♠ 감상 나누기
김영수 시인의 시조집과 비슷한 시기에 현대시조 100인선 89번으로 나온
김동찬의 시조집『신문 읽어주는 예수』를 며칠 전 우편으로 받았습니다.
그의 시편들은 자연스러움을 체득하고 있어 수월하게 읽힙니다.
연륜의 깊이를 느끼게 합니다.
첫 수에서 종아리를 간질이는 들길의 풀잎 이야기를 하다가
종장에서 갑자기 '살아서 만나게 될 줄/정말로 몰랐다 한다'라고
풀잎이 자신에게 한 말을 전합니다.
그런데 둘째 수에 와서 '신발에 붙어온 악착스런 풀씨 한 개'를 말하면서
억척스럽게 살아온 친구 '영준이'로 환치시킵니다.
또한 다소 뜻밖의 비약―'들길'에서 '동대문 평화시장'으로의 공간 이동―이
절묘한 시적 장치로 읽힙니다.
자칫 평범한 작품이 될 수도 있을
<풀씨>가 이런 과정을 통해 높은 시적 성취에 이르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2003년 12월 8일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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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바지 차림으로 들길을 걷다보면
종아리를 간질이는 풀잎들이 반긴다
살아서 만나게될 줄
정말로 몰랐다 한다
신발에 붙어온 악착스런 풀씨 한 개
동대문 평화시장에서 억세게 살아왔구나
고맙다
거친 손 꽉 쥐며
울먹이던 영준이
-김동찬의 <풀씨>, 전문
♠ 감상 나누기
김영수 시인의 시조집과 비슷한 시기에 현대시조 100인선 89번으로 나온
김동찬의 시조집『신문 읽어주는 예수』를 며칠 전 우편으로 받았습니다.
그의 시편들은 자연스러움을 체득하고 있어 수월하게 읽힙니다.
연륜의 깊이를 느끼게 합니다.
첫 수에서 종아리를 간질이는 들길의 풀잎 이야기를 하다가
종장에서 갑자기 '살아서 만나게 될 줄/정말로 몰랐다 한다'라고
풀잎이 자신에게 한 말을 전합니다.
그런데 둘째 수에 와서 '신발에 붙어온 악착스런 풀씨 한 개'를 말하면서
억척스럽게 살아온 친구 '영준이'로 환치시킵니다.
또한 다소 뜻밖의 비약―'들길'에서 '동대문 평화시장'으로의 공간 이동―이
절묘한 시적 장치로 읽힙니다.
자칫 평범한 작품이 될 수도 있을
<풀씨>가 이런 과정을 통해 높은 시적 성취에 이르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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