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 문인귀

2005.12.08 01:39

솔로 조회 수:599 추천:57

'집'

  
따가운 햇살을 견디고 난
선선한 밤이면
나무로 만든 캘리포니아의 집들은
삐끄덕 소리를 내며
집으로 돌아온다.

우두둑 뼈마디를 꺾고
끼-익 기지개를 켜기도 한다.
근육은 근육끼리
관절은 관절끼리
제 자리를 잡는다.

집이
고된 하루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소리.

집이 내는 그 기척을 엿듣게 될 때면
그냥 자려고 잠자리에 누웠다가도
한바탕 아내와 침대를 삐걱이고
집과 함께
집 속에서
단잠을 자곤 한다.


김동찬(1958 -)‘집’ 전문


캘리포니아는 밤과 낮 온도의 차가 심해 밤이면 집들이 긴장을 풀기라도 하는 것처럼 ‘삐걱’하거나 ‘쩌억’하는 소리를 낸다. 마치 하루 종일 고되게 일하고 돌아와 잠자리에 든 주인의 뼈마디가 긴장을 풀 듯 저도 안식에 들기라도 하는 건지… 그냥 자려던 주인은 이 소리에 자극이라도 받은 걸까. 아내와 함께 삐걱이는 놀이(?)를 한다. 지극히 일상적인 생활 속에서 집은 이렇게 평온한 단꿈을 꾸는 곳.

문인귀<시인>

** 미주 한국일보 <이 아침의 시> 2005년 12월 8일자에서 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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