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찬 시인의 '나-무'/이지엽
2006.02.02 22:51
소나무,단풍나무, 참나무, 오동나무.....
촉촉하게, 푸르게 살아있는 동안은
나-무라 불리지 않는다
무슨무슨 나무일 뿐이다
초록색 파란 것, 말랑말랑 촉촉한 것
꿈꾸고 꽃피고 무성하던 젊은 날
다 떠나 보내고 나서
나-무가 되는 나무
나무는 죽어서 비로소 나-무가 된다.
집이 되고, 책상이 되고, 목발이 되는 나-무
둥기둥 거문고 맑은 노래가 되는 나-무
김동찬(1958-, 전남 무안)
나무는 살아서 초록의 푸르름을 준다. 그늘을 만들어 쉬게 해주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다.죽어서도 자신을 기꺼이 헌납한다. 그러나 김동찬
시인은 나무는 죽어서 더 나무답다고 말한다. 집과 책상과 목발이 되어
다시 살아난다고 한다. 죽어서 더 빛을 발하는 게 나무라고 말한다. 약삭
빠르게 자신의 잇속만을 차리는 인간들아 죽어서 노래가 되는 나무를 보
아라. 이성부 시인은 '벼'를 쓰러지고 다시 일어서서 드리는 피묻은 그리
움이라고 했던가.
오늘 시인은 다 떠나보낸 빈 자리 거추장스러운 이름을
버리며 더욱 견고해진 나무의 사랑을 쉽고도 다정하게 들려준다.
이지엽 (시인)
호남신문 2001년 1월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28 | [나의 애장품]등사기로 찍어낸 한정판 시집 『제목 없는 전설』 / 이지엽 | 김동찬 | 2009.07.02 | 696 |
27 | 봄날의 텃밭/ 향기 메일 | 솔로 | 2008.06.11 | 667 |
26 | (타령) 글친구 타령 | 최정열 | 2008.03.27 | 850 |
25 | 손 놓고 / 홍성란 | 김동찬 | 2008.01.18 | 684 |
24 | '그런 내가 무섭다’ - 한혜영 | 김동찬 | 2007.12.24 | 696 |
23 | 겨울의 문앞에서 | 안드래 | 2011.11.08 | 95 |
» | 김동찬 시인의 '나-무'/이지엽 | 김동찬 | 2006.02.02 | 972 |
21 | 김동찬의 문학서재/고대진 | 김동찬 | 2007.02.05 | 828 |
20 | 마흔 살 넘은 남자가 흘린 눈물 세 방울..../ 김홍석 | 김동찬 | 2007.01.23 | 865 |
19 | 따뜻한 夫婦學 | 김영수 | 2006.12.30 | 648 |
18 | 집 / 문인귀 | 솔로 | 2005.12.08 | 599 |
17 | 풀씨 / 이정환의 시조산책(114) | 김동찬 | 2005.12.01 | 639 |
16 | 소박한 일상의 매력 혹은 해학의 즐거움/원구식 | 김동찬 | 2006.02.25 | 892 |
15 | 나-무/이정환 | 김동찬 | 2005.12.01 | 980 |
14 | 상지/이지엽, 김윤길 | solo | 2005.11.16 | 1130 |
13 | 디아스포라(Diaspora)의 시 - 이호 | 솔로 | 2005.06.13 | 758 |
12 | 죽음의 형식들 - 정한용 | 솔로 | 2005.04.21 | 753 |
11 | [re] 손 놓고 ... | 솔로 | 2005.04.02 | 354 |
10 | 나-무/권갑하 | 김동찬 | 2005.11.12 | 815 |
9 | [re]손 놓고/김영수 | 김영수 | 2005.03.30 | 67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