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내가 무섭다’ - 한혜영
2007.12.24 10:05
'그런 내가 무섭다’
다박골 지나 상여집
공동우물
제줏집 뒷간
바람불면 울음 우는 대숲 처녀 귀신
어릴 땐 사람보다도 그런 것이 무서웠다
웬만한 세상 일엔
놀라지 않는 우리
비행기가 그렇게……
빌딩이 순식간에……
그래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무섭다
너를 향해 번득이는
총구의 어둠만큼
문득 꿈틀대는
그 살의, 붉은 그늘
한순간
나를 떠미는
그런 내가 무섭다
김동찬 ‘그런 내가 무섭다’ 전문
상여집, 공동우물, 제줏집 뒷간, 바람 부는 대숲. 별 것도 아닌 것에 오금이 얼어붙던 기억은 내게도 있다. 상여집 곁으로는 지나가질 못해 빙 돌아서 다녔으니까. 그랬던 나 역시 어지간한 일에는 놀래지 않는다. 살면서 문득문득 살의를 느끼기까지 한다는 말도 맞다. 그러고도 무섭다는 인식조차도 못했는데, 이러한 고백을 보니 내 자신이 많이 부끄럽다.
한혜영 <시인>
- 미주 한국일보 2007년 12월 18일자 <이 아침의 시>
다박골 지나 상여집
공동우물
제줏집 뒷간
바람불면 울음 우는 대숲 처녀 귀신
어릴 땐 사람보다도 그런 것이 무서웠다
웬만한 세상 일엔
놀라지 않는 우리
비행기가 그렇게……
빌딩이 순식간에……
그래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다
사람들이 무섭다
너를 향해 번득이는
총구의 어둠만큼
문득 꿈틀대는
그 살의, 붉은 그늘
한순간
나를 떠미는
그런 내가 무섭다
김동찬 ‘그런 내가 무섭다’ 전문
상여집, 공동우물, 제줏집 뒷간, 바람 부는 대숲. 별 것도 아닌 것에 오금이 얼어붙던 기억은 내게도 있다. 상여집 곁으로는 지나가질 못해 빙 돌아서 다녔으니까. 그랬던 나 역시 어지간한 일에는 놀래지 않는다. 살면서 문득문득 살의를 느끼기까지 한다는 말도 맞다. 그러고도 무섭다는 인식조차도 못했는데, 이러한 고백을 보니 내 자신이 많이 부끄럽다.
한혜영 <시인>
- 미주 한국일보 2007년 12월 18일자 <이 아침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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