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베가스 순례

2003.03.16 00:25

김동찬 조회 수:261 추천:27

라스베가스는 말한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지친 몸뚱일 일으켜 세워
헉헉헉 가쁜 숨을 쉬면서
황영조 처럼 뛰어 오라.

모래 바람에 끼쳐 오는
뜨거운 만금의 꿈을 꾸며
저 돌산 너머
너희의 금광으로
후우하 말을 달려 오라.

더위와 중노동에 죽어 나간
중국인들의 얘길랑 흘려 버리고
신나는 음악을 들으며
쌩쌩 액셀레이터를 밟아 오라.

입간판 위에서
큰 젖가슴 두 개를 가운데로 모으고
금발의 미녀로 길게 누워
라스베가스는 말한다.

괴로운 태양이 저물어 갈 때
나는 하늘의 별들을 지상에 뿌리며
나타나리니
천국이 너의 것이 될 것이다.

원하는 것은 다 가질 수 있고
무엇이든 될 수 있다.
로마의 황제도,
보물섬의 주인도,
혹은 파라오도 될 수 있다.

네 앞에서 수 십 명의 여자들이
옷을 벗고 춤추고
네 침실로 백마가 뛰어든다.

남의 나라에서 개 같이 벌던 돈이
쿵쾅쿵쾅 쏟아진다.
얼마나 좋으냐.
얼마나 황홀하냐.

주머니가 비고
새로운 아침이 왔을 때,
화장을 벗은
늙은 창기처럼 네 앞에 앉아
비로소 네가 찾던 진리를 보여 주리라.

막막한 사막 가운데로
너희가 돌아가야 할
뜨겁게 타고 있는 먼 언덕길을 보게될테니
속은 쓰리고
발걸음은 더욱 무거워 지리라.

너희들이 갚아야 할 빚이
지은 죄만큼 깊으며
인생이
그리 짧지도 만만하지도 않다는
깨달음을 입을 것이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어리석은 너희에게 이르노니
세상엔 공짜가 없느니라.

라스베가스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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