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2003.09.02 04:57
전망이 탁 트인 산타모니카의 언덕에 서서 보아도
바다를 다아 볼 순 없다. 해안선과 수평선에 담겨
진 바다의 한 쪽 끄트머리가 문에 낀 옷자락처럼
팔랑거리고 있는 것을 바라볼 뿐이다.
환한 바다의 저 건너, 건너편에서는 깊고 깊은 어
둠만이 철썩이고 있을 것이다. 어디선가는 내려도
내려도 쌓이지 않는 눈이 발을 빠뜨리고, 항구 하
나를 덮치려 찬바람이 몸을 세우고 있을 것이다.
내 새우눈으로 저 속 깊은 바다의 깊은 속을 도대
체 어떻게 다 볼 수 있겠는가. 너는 내 옷자락 끄
트머리를 보고 내 마음의 바다 어디쯤을 가늠해
보고 있다고 말하고 있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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