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아버지

2004.07.22 22:57

김동찬 조회 수:526 추천:49

다섯 아버지

오늘
2003년도 달력이
달랑달랑하는 세밑에
초등학교 동창 승규를 떠올렸다.

난 아버지가 다섯이야
하나님 아버지
원장 아버지
감독 아버지
학년 아버지
진짜 아버지

소전원 아이들은 모두 아버지가 많았다.
아버지가 많으니 동생도 형도 많았다.
한 명이라도 싸움에 휘말리게 되면
모두가 함께 나섰다.
기계똥으로 도장이 찍혀있는,
빡빡 깎은 머리
아무도 이기지 못했다.

아버지가 많고
형제가 많은
승규는 6학년이 되었을 때
반장이 되었고
학교를 대표하는 어린이 회장이 되었다.

이민 온 지 백년이 된 코리안 아메리칸,
처음엔 빼앗긴 내 나라 쪽을 보며
사탕수수밭에 눈물도 심었지만
이제 백만의 형제를 가졌다.

다섯은 아니지만
한 쪽 가슴에 하나씩
훈장처럼 빛나는 두 개의 조국을 갖게 되었다고,
그리고 그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다고
승규를 다시 만나면 얘기해줄 테다.

초등학교 때 내켜하지 않았던 박수를
이제라도 그 친구를 위해
아주 오랫동안 쳐주는 일도 절대로 잊지 않으리라.


(* 2003년도 미주 한겨레 신문 송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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