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비

2004.08.25 13:25

김동찬 조회 수:308 추천:39

비가 오면 아버지는 우울해 하셨다.

어렸을 적 어떤 점장이가 할머니에게 말했단다.
그 아이에게 큰 비가 세 번 있다
태어날 때,
결혼할 때,
죽을 때.


아버지는 점장이를 믿지 않았다.
하지만 혹시 맞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셨다.
아버지는 돌아가시기 전까지 그 점장이가 틀렸다는 걸 증명하고 싶어 하셨다.
두 번은 맞았어.
이제 한 번 남았지.

나는 로즈힐에 아버지를 장사 지내며 따갑고 건조한 햇살들을 눈을 가늘게 뜨고 바라보면서 아버지에게 말했다.
그 점장일 만나면 틀렸다고 얘기해 주세요.

나는 보상받을 길 없는 아버지의 우울 때문에 화가 치밀었다.
입심 좋았을 그 녀,
자기가 한 말을 태평하게 잊어버리고 쉬고 있을 그 년.

그런데 그 때 난 빗소리를 들었다.
세상이 물에 젖어 흐려지는 걸 보았지.
참말로 용한 점장이었다.
맞았어.
우리들 가슴에 내리는 큰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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