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미의 털

2005.05.20 05:14

김동찬 조회 수:354 추천:19

루미의 명상시집
140쪽을 읽다가
검은 펜으로 주욱 그어 놓은 것 같은
납작 붙어있는 털 하나를 보았다.
털어도 털어지지 않는 털.

     사랑을 받는 길이란 험하도다
     거기에서 사람은 이별의 슬픔에 떨어지고 말도다
     신은 신에게 이르는 길에서의
     단 하나뿐인 영혼의 친구이도다

사랑, 이별, 슬픔, 신, 영혼이 있는
14세기 신비주의자의 금쪽같은 시구(詩句)보다도
그 험하다는 길 위에서 오고 가지 못하고 있는
털이 못내 안쓰러워
손톱으로 파
이별의 슬픔에 털털 떨어지게 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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