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륙
2005.09.12 00:55
빨간 막대기 흔들며 전송하는 항공요원
저녁 8시 비행기는 하늘로 떠오른다.
세상은 잠시 기울고
나는 발을 땅에서 뗀다.
내가 깊은 상처를 안고 내린 후에도
밤기차는 아무 일도 없이
예정된 길을 가고
지하철은 도시의 피곤을 나르고
있을 것이다.
탱자나무 울타리로 둘러 싸여 있던
아무도 없는 내 고향
집, 감나무 집이
어디론가 가 버린 그 자리엔
아무개가 살고 있는
아파트가 서고,
‘아무나’들은 그들의 고향을 만들고
있을 것이다.
내가 고향을,
소중하다고 생각했던 만남들을,
시간들을
잃고,
떠나는 순간에도 그것들은 어디엔가
있을 것이다.
방금 내가 내린 서울이
창밖으로 서둘러 멀어지고 있을 때,
잠시 동안의 꿈이여, 사랑이여, 사람들이여
안녕히……
내 가슴속에는
고향집 탱자나무 가시 하나가
들어와
콕콕 찌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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