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채염 앓으며 새해를 맞다

2006.03.23 22:57

김동찬 조회 수:491 추천:40

그 새털같이 많은 날들
날려 보내며 회개하지 않는다.
오래 들여다보고 싶지 않다.
어디서 술이나 한 잔 하고
가볍게 가볍게
건너가고 싶다.

그런 내게
눈병이 오셨다.
억지로라도 좋으니
울어보라고,
아파보라고.

안압이 높아진다.
눈알이 몸 밖으로 나가 나를 본다.
눈물을 흘린다.
눈을 감는다.

예수가
총알이 쏟아지는 중동의 한 거리를
내 대신 걸어가고 있다.
화악
폭탄이 터진다.

눈부시다.
감히 눈을 뜰 수 없다.
새 해다.
새해다.

---  <시선> 2006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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