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시대의 문인들

2007.06.29 01:04

김동찬 조회 수:472 추천:29

   컴퓨터 시대라고 한다. 이 시대의 모든 사고와 행동 방식에 끼치고 있는, 막대한 컴퓨터의 영향력은 가히 혁명적이다. 문학도 예외가 아니다. 작가가 글을 쓸 때 워드프로세서를 쓰고, 인터넷에서 참고자료를 찾아 도움을 얻기도 한다. 또 인터넷은 문학작품을 독자에게 전달하는 주요한 수단으로 등장했다. 인쇄매체, 즉 책과 신문이 해 오던 일을 인터넷이 함께 나누어 맡은 것이다.
   경계 허물기, 탈장르 등의 개념이 나온 것도 컴퓨터와 무관하지 않다. 아무리 먼 거리라도 실시간으로 대화와 정보를 나눌 수 있어서 문화적으로는 지리적 거리나 국경은 의미가 없어졌다고 말하기도 한다. 또 각종 소프트웨어의 발달로 장르를 넘나드는 형식이 가능하게 됐다.
   작은 테마만 주면 작곡을 해주는 소프트웨어가 있고 컴퓨터 오케스트라 반주에 맞춰 그 곡을 연주해볼 수도 있다. 그러니 스스로 작사와 작곡까지 한 다음 노래에 춤을 추고 그것을 영상에 담아 디비디에 담아 볼 수도 있으며 블로그를 통해 사람들에게 선보일 수도 있다. 디지털 캠코더를 가지고 저비용 영화를 웬만한 아마추어면 만들어낼 수도 있다.
   문학이 목소리로 주로 전달되던 시대에는 문학작품이 노래의 형식, 즉 시의 형태로 존재했다. 금속활자 이후로 책이 값싸게 대량생산됨으로써 산문이 발달하고 시 또한 읽는 시와 부르는 시(노래)로 분화돼 나갔던 것이 컴퓨터 시대에는 다시 합쳐지는 경향이 생겼다. 시인지 수필인지 소설인지 모를 작품이 나오기도 하고 음악, 미술, 문학을 함께 섞은 종합적인 예술 장르가 탄생하고 있다.
   컴퓨터가 가져온 비인간화, 자극적이고 천박한 포퓰리즘, 진지한 사유의 결핍, 무자격 문인의 양산 및 전문성의 결여 등이 부정적인 요소로 지적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컴퓨터 문화는 문인들이 원하던 원하지 않던 이 시대에 이미 깊숙이 자리를 잡고 앉아 있다.
   혼란한 시대의 등불이 돼서 문제점을 밝히고 갈 길을 제시해야 하는 것이 문학의 중요한 사명 중의 하나라면 빛의 속도로 데이터가 움직이는 이 급변하는 현대야말로 문학이 제 기능을 발휘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그러려면 문인이 비문인보다 앞서가는 의식을 가지고 있어야 함은 물론이다. 컴퓨터를 잘 알고 다룰 줄 아는 사람이 시대를 앞서가는 사람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 시대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컴퓨터가 갖고 있는 역할에 대해 최소한의 이해는 가져야 하고 이 문명의 이기를 잘 이용할 수 있어야 할 것 같다.
   우리 미주문협이 www.mijumunhak.com 홈페이지를 만들어 사용한 지가 5년이 됐고, 홈페이지에 속해 있는 개인 홈피인 ‘문학서재’를 개설한 회원이 71명에 이르렀다. 인터넷의 활용이 그리 보편화되지 않은 미주문단임을 감안할 때 이는 괄목할만한 성장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500여명으로 추산되는 미주한국문인들의 전체 숫자에는 많이 모자란다.
   미주의 모든 문인이 문학서재를 개설해서 활동하는 때가 어서 왔으면 좋겠다. 각자가 자신의 문학서재에 작품과 개인 정보 등을 올려놓는다면 그것은 중요한 미주문학사의 사료가 될 것이고, 미주문학을 망라하는 데이터베이스로서의 가치를 발휘하리라 믿는다. 한 지붕 아래서 문우의 정과 정보를 나누고, 한국의 문학 동호인이나 학자들에게 굳이 책을 보내지 않더라도 우리의 작품을 쉽게 읽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이를 계기로 인터넷과 더 가까워진 우리 미주 한국 문인들이 컴퓨터를 세탁기나 전화기처럼 편리하게 이용하는 컴퓨터 시대의 문인들이 되기를 바란다.

--  <미주문학> 2007년 여름호 권두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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