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진 둥치에도 망울이

2006.10.16 19:25

이건청/백효진 조회 수:555 추천:35

부러진 둥치에도 망울이


이건청 시인님(문학 평론가, 명예 교수님)

갯버들이 눈을 뜨고 있었다.보오얗게 피어나고 있었다.얼었던 시내도 녹아 하류로 흐르고 있었다. 아지랑이가 아른거리고 있었다. 미루나무 몇 그루 부러져 있었다. 포탄이 스치고 간 자리가 허이얗게 들어 나 있었다. 부러진 둥치에도 새싹이 웅트려는지 망울이 부풀고 있었다.


-2002년 현대시학 11월호 이건청 시인님의 ' 사라진 시간 속의 아이에게' 작품 중에서 (6.25 유년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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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필- 백효진

.......괜찮아요. 아버지하고 친구라서 제 아버지 같아요....

안 혼나요....이건청 시인님의 시집, 평론집은 다 공짜로 받고

저도 공짜로 제 책 다 드렸으니...안 혼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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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속의 아이
/백효진/


동그란 코에 호기심으로 나를 빤히 보는 아기는 하얀 포대기에 똘똘 쌓여 한 여인이 안고 있었다. 아기 엄마로 보기엔 늙고 할머니로 보기엔 젊은 여인이. 그 옆엔 기죽어 보이는 아이들이 하나, 둘,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예배당에서 국밥을 먹고 있었다. 멀리 신학자처럼 보이는 까만 옷의 노인은 허리를 펴고 줄곧 의자에 앉아 있었다. 노인에게 예배당의 이름을 물으려 했지만 나는 그에게서 멀리, 오페라 하우스처럼 생긴 건물의 2층에 혼자 서 있었다. 신학자 노인이 무대에서 걸어 다녔다. 그리곤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장면이 바뀌어 나는 대학 스쿨버스 앞에 줄 서 있는 나를 보았다. “아 잊어 버린 게” 나는 줄에서 빠져 나와 기숙사의 방으로 뛰어 올라갔다. 내 방의 문을 열어 보니 예배당서 본 여인이 내게 아기가 죽었다고 말했다.장면은 바뀌고 나는 거대한 빌딩 안에서 길을 잃어 에스컬레이터에서 미끄럼을 타고 꿈에서 현실로 나왔다. 그리고 나는 소중히 간직하고 있는 두 장의 흑백사진을 꺼내 보았다. 예배당 앞에서 찍힌 사진 속 동그란 코의 아기는 살아있는 듯 보였고 또 한 장 속의 한 살 된 내 동그란 코는 삶의 모습에 서린 무게로 내 맘 짓누른다.



2005년 7월 9일 오전 12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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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유광 박사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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