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로 가는 편지
2006.08.19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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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로 가는 편지
시/유화
여기 서울의 저물어가는 여름은
온몸을 녹일 듯 살아있음을 실감케 하였으나
이내 밤은 조금은 선선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창이던 매미 울음도 잦아질 듯합니다
아직은 멀리 간 것이 없는 여름이지만
한편으로 이제 당신을 향해 편지를 쓸 수 있는 느낌은
한여름의 불 같은 뜨거움의 사랑이 아니라
살아 있음으로 하여 볼 수 있으리라는 희망 같은 것이
조금씩 끓어 오른다 할 수 있겠습니다
여름내 간직했지만 그 뜨거움의 저항 앞에
매미의 거친 울음 때문에 묻힐 수밖에 없을 것이라던
그리하여 차마 묻지 못한 애달프던 사랑의 사연과
은밀한 나만의 안부를 이제는 더욱 생생하게
당신을 향하여 던지고 싶은 것입니다
언제가 사랑은 인내하는 것이라고 말하신 당신,
그 말을 내 소중한 텃밭에 씨앗으로 심지 않았더라면
저 무더운 여름과 사랑 앞에 더는 버티지 못했을
그 느낌을 가끔 생각하면 온몸에 소름이 돋고
현기증에 쓰러질 듯하여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그렇듯 저는 그러한 여름의 끝을 고적히 붙잡고
비로소 당신을 향하여 편안하게 맞이하고 있는 만큼
제 편지에 고운 씨앗 있다면 가을의 문 열릴 때
당신의 아름다운 시로 물들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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