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2005.05.23 02:29

박동수 조회 수:214 추천:26

지하철


하루종일 칼날과 화살을 들고
혈전을 벌이든 성벽 위서
피범벅이 된 병사의 무리
제복의 노예처럼
줄지어 앉았고
비리의 앞잡이처럼 비비꼬인
손잡이는 거대한 독재자 같은
바퀴의 움직임 따라
비릿한 웃음으로 흔들며
목줄로 유혹한다.

몰려드는 목어의 무리는
어느 산사에서 왔는지
목줄을 잡고 줄을 선체
물기 없는 비늘엔
선한 바람이 일고 있다
여기저기 선반 위에는
쓰레기통도 오염시킬 구역질나는
허위의 정치의 언어들이
깨알같이 스멀스멀 기어다니며
징그러운 웃음으로
목어의 가슴의 눈을
열려고 하지만 목어들은
눈을 감은 채 무관심의 큰 입만
벌렁 이고  
스피커에서 암고양이 앙칼진
소리를 전자음으로 변형시켜
친절처럼 뿌리고
안내판의 붉은 글은 내리든 말든
무성의한 언어를 열지만
목어들은 무관심의 침묵으로
생각한다.

수백 년을 들어오든 목탁소리
도리질치며 돌린 발길
이젠 어디로 갈까 생각할 뿐
산사로 갈까  
강물에 몸을 던저 먼 바다로 갈까
헉헉대는 숨소리에
바싹 마른 비늘은 바람에 날리고
병사들의 몸에서 풍기는
슬픈 비린내에
오싹한 목어의 몸뚱이는
오염 천에서 등 굽은 고기처럼
삐꺽거린다.

산사의 향내만 그리울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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