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직한 해의 나래

2008.12.13 20:38

조회 수:209 추천:41

무직한 해의 나래 / 백효진

붉은 구름송이 지는 노을의 곳집 속에서
나는 지나가는 해를 잡으려는 어부처럼
마음의 그물을 뜨며 내 귓불을 밝힌다.
바닷바람은 달각달각 나막신 신고 다발-다발 흔들린다.
해가 숨바꼭질로  살그머니 사라지면
바닷바람은 달래달래 웃어 주었지.
그물에 해가 걸리면 그 거대한 걸 어이 걷어 올리나.
어쩌나, 해는 바다 속에 박혀 엎드려 있는데
나는 땅거미에 박혀 엎드리려 빠져나간다.
지나가는 골목에 무거운 밤이 닿고 있었고
집에 돌아오니 어둠이 해처럼 붉은 눈을 뜨고
지친 어깨의 물그림자처럼 웅크리고 있었다.
이마빡 넓은 어둠의 붉은 눈을 깨물어 먹고 싶었다.
어둠은 화닥닥 몸을 뒤집고 있었다. 아싸라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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