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심의 텃밭--셋째

2006.03.07 10:13

구름나그네 조회 수:202 추천:32

시심의 텃밭--셋째
원래 밭을 일군다는 것은 잡초를 갈아엎어 가시덤불과 돌멩이며 풀뿌리, 나무뿌리를 다 추려내어 말끔한 빈밭을 만드는 일입니다. 그렇게 만들어 놓고 콩을 심으면 콩밭이 되고 벼를 심으면 벼논이 됩니다. 마음의 텃밭을 일구는 데는 마음의 잡초며 번뇌의 가시덤불과 잡다한 지식정보며 관념의 찌꺼기들을 말끔히 걸러내어 텅 빈 마음의 상태를 이루게 하는 것입니다. 거기다 시의 씨앗을 심으면 시의 텃밭이 되고, 철학의 인자를 심으면 철학의 텃밭이 되는 것입니다. 모든 것이 다 그 빈자리로부터 태어나고 자라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그저 많이 배워 많이 알고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해야만 모든 것이 자라나고 지성이 개발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로 그것은 자라나는 게 아니라 죽어가는 것이며, 개발되는 게 아니라 황페화되는 것인 줄 알아야 합니다. 천지는 빈자리로부터 태어난 것이고 만유는 빈자리를 통해 길러지는 법이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만약 먹기만 하고 대소변으로 비워내지 않는다면 하루를 살 수가 없을 테고, 사람이 기거하는 방에다 물건을 계속 들여놓기만 하고 내놓지 않는다면 사람이 살지 못할 고방이 되고 말 것입니다. 다행이 신체적인 생리는 자연적으로 조절되게 돼있고, 물리적인 공간은 보이는 곳이기에 방을 결코 고방으로 만들어 놓지 않은 것은 다행한 일이지만, 마음의 방은 그렇지 못하여 천만 가지 지식정보며 사고와 관념들로 가득 채워져 있어 발 하나 들여놀 틈이 없으니 거기서 어찌 이성이 자라고 감성이 자라고 인간이 성숙되어질 수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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