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심의 텃밭--넷째

2006.03.07 10:20

구름나그네 조회 수:229 추천:35

  자, 비워야 합니다. 더 소중한 것을 이루어 얻기 위해서는 잡다한 것들을 비워내야 합니다. 무엇을 비우는 것은 곧 무엇을 담는 것이 되기 때문입니다. 항아리에 물건을 비우면 맑은 하늘이 저절로 담겨지고, 우리들의 마음속에 어리석음의 번뇌를 비워내면 지혜의 깨달음이 담겨지게 되는 것입니다. 비운다는 것은 또한 쉰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공부도 쉬어가며 해야 이성과 감성의 조화로운 발달이 이뤄지고, 일도 쉬어가며 해야 능률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인생도 느긋하게 여유를 가지고 살아가야만 그 이상의 자리로 향해 나아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많이 생각하지 말고 많이 알려고 하지 마라. 아는 것이 많으면 일이 많아지느니 마음 쉬는 것만 같지 못하고, 생각이 많으면 잃는 것이 많게 되나니 하나를 지키는 것만 같지 못하다 하시니, 진실하다 이 말씀이여! 마음을 쉬고 하나를 지키는 일이 결코 어려운 게 아니나, 요즘은 그 필요성마저 느끼지 못하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세상입니다. 마음에 여백이 생겨야 생활의 여유가 생겨나게 되고, 생활에 여유가 생겨나야 인생에 대하여, 행복에 대하여 바른 눈이 뜨여지게 됩니다. 차츰 참 삶의 이치가 열려 실없는 욕망에서 몸을 지킬 줄 알고, 부질없는 명성에 마음을 팔지 않게 될 것입니다. 점차로 무위자적을 길러 일원절대의 경지를 깨달아 이룰 수도 있을 터이니, 그까짓 시를 몇 줄 쓰고 아니 쓰고가 무슨 얘깃거리가 되겠는가 말입니다. 실로 우리들의 내면 조그만 빈자리로부터 가없는 세계 허공을 들여놓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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