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가 젊어요(수필)

2006.10.17 21:10

김종연 조회 수:315 추천:41

뭐가 젊어요 / 김종연  

연령 층하가 있는 사람들이 함께 모이는 어느 모임에서 나이가 제법 든 지인이 나이가 비교적으로 적은 지인한테 “OO는 젊고 패기만만해서 좋겠다. 그 나이라면 부러울 게 없겠는데 여러 면에서 갈수록 어려워지네”라고 말하면서 부러워하였다.
그러자 젊은 지인이 빈말이거나 객기를 부리는 것이 아니라 정색을 하면서 “젊기는요? 어디를 가더라도 우리 또래를 보고 젊다고 하는데 저희들은 그렇게 생각이 잘 안 들거든요. 할거 다 하고, 알 거 다 알며 이제는 사회생활을 어떻게 하면 잘 하여 나이 들었을 때 어찌 살 것인가를 걱정하는 데 웬만한 나이의 사람들을 보고 젊어서 좋겠다고 하는 것은 상노인들께서나 쓰셔야 하는 것이 아닌지 모르겠어요”라고 하였다.
그 말을 들으니 의외였다.
화장을 안 하고, 아무런 옷이나 입고, 어떤 행동을 하여도 싱그러워보여 부러움을 사는 사람이 나름대로는 나이 들었음을 느끼고, 장래를 걱정하는 것을 보니 흐르는 세월에 대한 아쉬움은 마찬가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이를 이야기할 때가 되면 삼십 대던 사십 대던 오십 대던 심장이 힘차게 뛰는 청춘은 끝나서 내리막길에 접어 든 것이 아닌가 한다.
그 길에서는 그 길에 맞는 삶이 있는 것이기에 젊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모든 것을 지탱할 수 있는 청춘을 부러워할 것은 아니지만 푸르고 싱그러운 것이 좋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는 일이다.
동네 건너편의 앞동산에 올랐다가 내려오는데 벌써 개학을 하였는지 고등학교 여학생 아이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분주하게 때로는 느긋하게 학교로 가고 있었다.
여학생들이니 조용히 갈 리가 없다.
무슨 이야기인가를 서로가 한 참을 하며 자지러지게 웃더니 “그 우리 OO선생님 말이야. 서른 살 노처녀 시집을 못가서 그런지 왜 그렇게 짜증투성이야? 어제는 O반의 어떤 아이가 그 선생님을 그런 식으로 흉보다가 들켜서 너는 별 수 있는지 아냐면서 목욕탕 가서 한번 재보자고 하며 혼냈다고 그러던데 우습지? 우리들보다 배는 나이가 많은 선생님이 뭘 비교해보자는 것인지 모르겠어”하며 농담을 하였다.
그 아이들이 학교로 들어가고, 나는 집으로 오면서 그 이야기를 생각하니 우스웠고,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는 말이 떠올랐다.
어른들 세계에서는 요즈음은 결혼하는 나이도 늦어져서 남녀를 불문하고 삼십대는 결혼 적령기라고 하는데 막 크고 피어오르는 아이들이 볼 때는 삼십대는 이미 한 물 건너간 늙수레한 사람으로 여기고 있으니 그 노처녀 선생님이 그 아이들 이야기를 들으면 마빡에 피도 안 마른 것들이 뭘 안다고 그러느냐고 핀잔할까?

지난 여행 시에 늙어서 말 잘 안 들으면 그냥 안 놔둔다는 기세등등한 여자들 농담에 죽으면 죽었지 그렇게는 못 산다며 큰소리치기는 하였지만 풀이 죽어 한숨을 내 쉬던 남자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흘러간 머슴들은 머슴 생활을 마무리하면서 세경을 듬뿍 받아 한 밑천 잡았지만 지금의 머슴들은 머슴 생활을 마치면서 세경은 고사하고 그나마 갖고 있던 작은 딱총마저도 압수되어 무장해제당하고 있으니 운신의 폭이 개미 콧구멍만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국가와 사회를 위하여 정열을 다 받쳤고, 가정과 가족을 위하여 청춘을 받쳤지만 끝말에 대접을 받지 못하는 것이 남자들이니 더 힘없어지기 전에 일년에 한 번씩 편안한 여행이나 하자고 하여 박수를 받았었다.
다리 절룩거리며 거동도 불편한 할머니들이 물불 안 가리고 봉사활동을 하는 우리들을 보고 나도 그렇게 해봤으면 세상 부러울 게 없겠다는 소리를 들으며 뭘요 하며 겸손의 인사를 하던 것이 얼마 전의 일 같은데 벌써 우리들이 그 신세가 되어 정년 후에 살아갈 것을 걱정하고 있으니 참으로 격세지감이다.
“뭐가 젊어요?” 하고 여유를 부리는 사람들처럼 “뭐가 늙어요?” 하고 황소라도 잡을 듯이 패기 있게 대드는 사람들은 어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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