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대

2006.10.20 21:37

김종연 조회 수:478 추천:42

운대 / 김종연

사람은 자기 몫이 있고, 일은 때가 있다고 한다.
사람이든 일이든 운대가 맞아야지 아무리 발버둥 쳐도 억지로는 안 된다고 하는 것이다.
그리고 적은 돈은 노력하고 절약하여 모을 수 있지만 큰돈은 달라서 운대가 맞아 돈이 사람을 따라야지 사람이 돈을 따라서는 안 된다고 한다.
그 이야기들은 너무 운명론적이어서 무엇을 성취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고 요행을 바란다는 것으로 부정적으로 들릴 수도 있다.
그렇지만 무엇인가 목표한 바를 획득하기 위하여 시의 적절하게 최선의 노력을 다 하되 욕심을 부리지 말고 순리에 따라야 한다는 것으로 긍정적인 측면도 강하다.



친지 한 분이 속앓이로 많은 고생을 하였다.
병을 고치기 위하여 대전은 물론이고 전국의 크고 유명한 병원에 안 가본 곳이 없었지만 병을 잡지를 못 했다.
그뿐만 아니라 한방과 민간요법을 포함하여 좋다는 별의별 방법을 다 써 보았지만 무엇을 먹지 못 하고 시름시름 앓아가며 나날이 야위어 가서 가족과 보는 이들을 가슴 아프게 하였다.
세상에 남자를 여자로 만들고, 여자를 남자로 만드는 세상에 예전 같으면 소다 한 봉지 먹으면 쑥 내려갈 거 같은 가슴앓이의 병명조차도 알지 못하고 괜찮다고 잘 먹고 요양이나 잘 하라고 하다니......, 한 시도 버티지 못할 정도로 불편하고 아픈데 웃을 수 있겠는가?



그러데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나으리라는 것은 이미 포기하였지만 견디기 어려울 정도로 악화되어서 몇 번 다녀 온 서울의 유명한 큰 병원에 갔었단다.
예상했던 대로 별다른 처방이 없었고, 병원에 갔었다는 것만으로 위안을 삼고 내려오는데 도중에 못 견디게 속이 아파서 움직일 수가 없어 응급처방을 받으려고 눈에 띠는 길가 작은 병원에 들어갔단다.
병원은 꽤째째하고, 의사는 거동도 잘 못할 거 같은 짙은 돋보기를 쓴 노인이었지만 그런 거 저런 거 따질 겨를도 없이 자초지종을 이야기 하였단다.
그랬더니 그 의사가 당신 경험상으로 볼 때 큰 병이 아닌 거 같다며 한 달 분의 약을 처방해주며 마음을 편안히 갖고 복용해보라 하더란 것이다.
다른 병원에서 받은 약이 한 보따리이고, 그 의사 하는 것으로 봐서는 도저히 믿음이 가지 않았지만 다른 약은 안 먹더라도 그 약은 먹어보고 싶은 충동감이 생기더란 것이다.
그래서 억지로 미음을 마셔가면서 약을 먹기 시작하였는데 하루가 다르게 어어 할 정도로 좋아지는 기분이었고, 한 달이 다 되어가자 언제 아팠느냐는 듯이 거뜬하더란 것이다.
그렇게 무진 애를 쌌는데도 차도가 없더니 우연히 들린 허름한 병원의 꼬부라진 노인이 처방해준 약을 먹고 나서 좋아진 것이 믿어지질 않았고, 귀신 곡할 노릇만 같더란 것이다.
몸이 좋아지고 기분이 좋아서 일부러 시간을 내어 과일 바구니를 들고 그 병원을 찾아가서 고맙다고 인사를 하면서 이참에 아주 고쳐버리게 약을 듬뿍 달라고 하였더니 그 노인이 빙그레 웃으면서 “아무리 첨단 의료 기술이 발달해도 의술은 인술이고, 병 고치는 것도 다 운대가 맞아야 하는 것이라오. 그 정도면 약을 더 먹을 필요가 없으니 가서 열심히 일하면서 먹고 싶은 거 잘 먹고, 여유가 있으면 등산 같은 가벼운 운동을 계속하도록 하시오” 라고 애기하더란 것이다.



그 친지는 불치의 병이라고 간주하고 포기했던 몸이 좋아지고, 그 병원에 찾아가서 감사의 인사를 하면서 역시 세상일은 억지로 되는 것이 아니고 다 운대가 맞아야 된다는 것을 절실하게 깨달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분의 충고대로 시간나면 산에 다니고, 그 동안에 먹고 싶어도  절제하던 것들을 즐기다보니 등에 붙을 것 같던 홀쭉한 배가 조금 튀어나오고 힘도 저절로 나서 지금은 건강하게 지내면서 만나는 사람마다 세상만사에는 다 운대가 맞아야 하고, 적당한 운동을 하며 입에서 땅기는 것을 먹어야 한다고 역설하는 철학가이자 식품의약 분야 학자 역할을 하고 있다.



며칠 째 속이 더부룩하고 기분이 언짢아 찡그리고 다니자 데보라가 그러지 말고 가까운 병원에라도 다녀오던지 아니면 자기가 약국에 가서 상담하고 약을 사 오겠다고 하였다.
그러나 내가 내 몸은 내가 알으니 하루만 더 기다려 보자면서 물을 마시려고 냉장고 문을 열었는데 갑자기 시원한 맥주를 마시고 싶었다.
그래서 데보라 몰래 맥주 한 캔을 따서 멸치 볶은 것을 안주로 하여 한 숨에 들이켰고, 속이 짜르르한 한 단계가 지나 조금 있다가 잠자리에 들었다가 무슨 꿈에서인가 깨 보니 새벽 산책 시간이었다.
헌데 일어나면 속이 불편하여 아랫배를 쓰다듬던 것을 잊어버리고 가벼운 옷차림으로 산책을 다녀왔는데 속이 아무렇지도 않았다.
하도 신기해서 걱정스럽게 바라보던 데보라를 쳐다보고 배를 두드리면서 “맥주 한 캔으로 해결했네. 역시 술꾼은 술이 보약이네”하였더니 기뻐하면서 제발 무리하지 말고 조심하라고 일렀다.
기분이 상큼했다.
맥주 한 캔이 불편한 속을 다스린 것은 아니고 자연적으로 치유되고 좋아질 때가 되니 그렇게 되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손톱만한 알 약 하나로 수 만 명을 살상할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맥주 한 캔으로 불편한 속을 편안하게 해줄 수도 있다는 생각과 함께 모든 것은 노력도 필요하지만 운대가 맞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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