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IJUSIIN '미주시인'2007년 3호겨울
2006.06.26 22:46
순서와 차이 / 백선영
숫자와
알파벳에는
순서가 있다
우리의
눈 높이에는
순서가 없다
다만
차이가
있을 뿐
순서에는
보이는 질서 속에
기쁨과 슬픔이 있다
보이지 않는
눈 높이에는
사랑과 꿈이 있다
숨겨진
아픔과 절망도 있다
숫자는
눈 높이의 차이를
어떤 무게로
만들 수는 없을까
숨겨진 가족 사진 / 백선영
암실에서 건져 낸 마지막 사진 한 장
물기가 마르지 않은 하얀 인화지
떨리는 두 손은
튀어 오르는 푸른 심줄을 억제하며
시나브로 드러내는 백색의 환영(幻影)
잡음이 끊어진 그림이 지나간다 .
지친 병사들의 철야 행군
어두운 빗길
번개가 번쩍이고
행렬에 뛰어든 술 취한 차
이상한 전쟁터에서
두 사람이 실려 왔다
지뢰 밭 월남 전에서 돌아온 백 소령
그리고 부관
태극기로 감싼 그들을 들고 서서
오열하는 단절된 우리들의 절대가치 !
제대 며칠 앞둔 옷장
새 양복과 신사화에
진혼곡이 몸서리 친다.
찢겨진 젖은 군화 속에서 벌어지는
씻김 굿 한 판
때로
가슴을 열고 들여다 보면
가장 소중히 아름다운 것은
보이지 않는 곳에 간직되어 있었다
* 미주시인 * 2007년 3호 겨울호
미주정예시인 37인 신작시 특집 (한영)
1 . 순서와 차이 2 . 숨겨진 가족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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