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것들 안에서

by 박경숙 posted Nov 21,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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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가벼운 것들 안에서 살기로 한다

시위를 떠난 화살촉이
꼭 과녁 중심에 꽂힐 필요가 있더냐
어차피
빗나가고 엇갈리는 세상사
쉽게 웃고 얼버리는 것도 좋은 일이다

마음에 너무 꼭 맞는 일은
기쁜만큼 상처도 쉽게 온다

정조준하여 쏘아올린 너의 화살
날마다 중심에만 명중된다면
금방 구멍이 나 버릴
내 얇은 마음껍질

그래 그냥 그렇게 버려 두어라
조금 슬프고 쓸쓸해도
영 못쓰게 구멍이 뚫리는 것보다는 낫다

빗나간 너의 표정에
아슬아슬
네 마음 가장자리에서 미끄러지는 나의 말들
사는 일은
이렇게 어긋나는 활당기기
꼭 이제서야 깨달은 듯 서글퍼지는 것은
잠시 삶을 오해했던 까닭이다

때로는 쉽게 사는 것도 좋다.
가벼운 것들 안에서
까르르 -
숨 넘어가는 저 웃음이
정말 사는 방법이었던 걸
이제야 알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