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

by 박경숙 posted Feb 12,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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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와 나
한 찰나 엇갈리는 바람이었다.

뿌리를 내릴 수 없는
짧은 인연 속에
푸른 잎새가 졌다.

바늘 끝처럼 찔러오는
내 일상의 아픔에서
이탈을 꿈꾸는 마리화나 한 모금처럼
알싸하게 퍼지던
영혼의 환각


그렇게 짧은 순간의
쾌락이었다.

긴 인연으로 머물기엔
영혼 깊이 간직하기엔
서투른 너의 모습에
한 조각 남은
내 젊음이 졌다.

처음부터 인연은 없었다.

무심히 불던 한 차례의 바람에
늘 불안하던 나의 잎새
그렇게 떨어졌을 뿐


⊙ 발표일자 : 2002년03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