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던 가을 뒤에*

by 박경숙 posted Dec 01,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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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백성사- 2004겨울-  
  

사용기간이 만료된 운전면허증을 갱신하려
줄을 섰다가
이국땅 관공소 앞 가난한 나무 한 그루를 본다.
잔가지 끝에 단지 몇 잎 남아 흔들리는 단풍.....
아 가을은 그렇게도 서럽게 흔들리더니
그새 가버렸구나.

오래전 꼭 이만한 계절에
무심코 현관을 나오다가
아파트 난간 아래로 나른히 펼쳐지던 겨울을 보았다.
이 세상 모든 행복에 다 자신이 있을 것 같던
내 젊음과 오만,
그러나 나 죽은 후
어쩐지 당신을 만날 자신은 없었다.

오늘 뼈만 남은 나뭇가지에 눈을 맞추다가
나는 문득 깨닫는다.
이 세상 무엇에도 행복할 자신이 없지만
나 죽은 후엔 꼭 당신을 만날 것 같은 예감

당신의 이름만으로도
남은 날을 잘 살아낼 것 같은 설레임이다.

이국의 운전면허증 보다는 훨씬 어려운
인생의 갱신,
그렇게도 흔들려온 세월 속에
당신은 그것을 이루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