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을 보며

by 박경숙 posted Jan 22,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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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이 맘 때면
사막의 도시엔 꽃이 핀다.

낭창한 가지마다 조잘대듯 모여 앉은
여린 꽃잎들
나른한 겨울 속에 꽃은 하얀 환각이다.

흰 꽃잎 사이로
아득히 지워져 가는 내 생의 전설
배꽃 그늘에서
나는 무아의 한 사람이 된다.

분명 이것은 신이 선물한 영적 오르가즘
해마다 이 맘 때면 행복해 지는 건
너무 많은 날에 가시를 품어온 까닭이다.
연연히 흘려온 출혈의 세월 뒤
창백해진 냉가슴 순간에 달아오르는
저 꽃과의 합일

당신이 허락한 지상의 절정에서
나는 다시 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