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목(告祀木), 당산나무 / 성백군
마을 입구 고사(告祀)를 지내던 당산나무는
가지가 많다
먼 산 같은 덩치로 숲을 이루고
몇백 년을 견디며 마을을 지켜온 저 힘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바람 불면 몸 추스르고
눈 내리면 허리를 굽신거리다가도
비 오면 고개 들고 햇빛 들면 손 벌리듯 반기는
큰 가지 작은 가지
낮은 자리에 있는 가지, 높은 자리에 있는 가지
빼곡하지만 참 잘 자랐다.
얽히지도 설키지도 부딪히지도 않으며
제 자리 지키는 나무 속 가지들
저들 세상에도
이쪽저쪽, 아래위는 있지만
사람처럼 싸우지는 않는다. 비바람에 상한 곳은 있지만
저희끼리 치고받은 흔적은 없다
이제는, 마을 수호신도 아니지만
그 자리 내어 주고 노인네들의 사랑방이 되었지만
언제 대접 못 받는다고 주저앉은 적 있던가
잠시라도, 지친 나그네 쉼터 되어주면 족하다는 듯
그늘 밑에
노숙자 몇 자리를 깔고 누워있다
683 - 0620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