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담

2006.11.21 10:04

강성재 조회 수:510 추천:96

그냥 친구였어요
아주 친한,
웃자란 키로도 모둠발 하면
옆집 안방까지 다 보여요
늙은 호박 우루루
철따라 넝쿨장미 한아름
형은 옆집 미애 누나랑
엄마 몰래 눈맞추기도 했던걸로 기억 하는데
지금와서 물어 보면 아니래요 글쎄
자치기 구슬치기 딱지치기도
담벼락 오가며 했지요
한여름엔 호박잎 자리깔고 기대어
잠들기도 했는데요
참 포근하고 좋았거든요
그런데 어느날 깨어보니
담밖 휘황한 불빛밑에 나와 있는 거예요
궁금하던 담밖이긴 했어도요
막상 나오니까 불안 하데요
그로부터 쭈욱 밖에서만 살았는데요
힘들게 살았지요
아시잖아요
세상살이 그리 만만한게 아니란걸
넘어지고 엎어지고 깨어지고...
그렇다고 그 돌담,
아주 잊어버린건 아니구요
가끔씩 생각이야 했지요
성칠이 봉구 영만이 두호 진숙이..
참 그리운 이름인데요
한번도 못 만났지요 그 이후론
사는게 바쁘잖아요
그런데요, 그런데 숨어들듯 가 봤거든요
지난 시월에,사십오년 만인가
참 슬펐어요
부서진 담벼락 딩구는 주춧돌
흔적 없는 친구들
싸아한 추억만 쪼끔 남았드라구요
세월 탓이겠지요
이제 그만 잊어야 할까봐요
늙었잖아요
사람도 돌담도
추억마져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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