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비

2006.03.05 11:45

강성재 조회 수:426 추천:62

단 하나의 빗줄기로도
이 밤을 기대고 있는 고요는
충분히 부서진다
숲속에 잠든 짐승들
갑자기 부산 해 지고
바람이 함께 풀밭위를 달린다

안온한 밤의 적막을 깨트리는
이 거친 빗줄기
어둠의 땅거미 위에
눈꺼풀 내리고 잠들었던
내면의 소리가 깨어나
무한대의 거리를 질주하면
거친숨을 토해내며
온 몸을 때리는 비

머리칼 한올에 붙은 빗방울이
바람처럼 날아
마른 심장을 타고 흐른다
피속에 고였던 썩은 상처의 흔적들이
밤의 어둠속을 함께 흐르고
창백한 손 내밀어 받아내는
이 차디찬 빗방울은
머나먼 바다의 심층까지 흘러야 한다

낡고 병든  세태을 개탄하다
그보다 내 먼저 썩어버린 기막힌 아픔에
젖은 광휘를 얹어주는 빗줄기
어둠속에서
나는 온 몸이 부서져 내리는
싸늘한 나의 모습을 보고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0 삼월의 눈 [2] 강성재 2006.03.09 386
39 어둔 밤 창문 너머 강성재 2006.03.09 383
38 땅그림자 강성재 2006.03.05 377
37 끝겨울의 강변 강성재 2006.03.05 376
» 밤비 [2] 강성재 2006.03.05 426
35 내가 안은 우주 강성재 2006.03.05 325
34 세월속에서 강성재 2006.02.10 352
33 향수 강성재 2006.02.10 354
32 딸에게 강성재 2006.02.10 277
31 하루 강성재 2006.02.04 334
30 풍경화 강성재 2006.02.04 296
29 나무에서 배운다 강성재 2006.01.17 333
28 눈 오시는 날 강성재 2006.01.17 355
27 촛 불 강성재 2006.01.17 302
26 미련 강성재 2006.01.17 289
25 바다와 새 강성재 2006.01.11 329
24 콜롬비아 강 강성재 2006.01.11 298
23 나는 강성재 2006.01.11 292
22 20년의 동행 강성재 2006.01.11 262
21 내 삶의 기억 강성재 2006.01.09 293

회원:
0
새 글:
0
등록일:
2015.08.05

오늘:
0
어제:
0
전체:
48,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