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2006.03.11 10:12

강성재 조회 수:312 추천:49

내 생애 최초의
우주로 다가와
천근의 무게로
내 온 몸에 앉아 계시던 아버지

그가 나를 불러주면
싸립문 열고 들어온
내 유년의 기억들이
그의 젊은 뜨락에서
다정한 목 소리로 들려 오고
내가 아버지를 부르면
그는 저만치서
등대 보다 밝은 빛으로
나를 비추고 있다

아버지의 등너머로
바라본 세상은
두려움 없이 밝았어도  
비켜선 그의 어깨 너머는
고난과 시련이었음을 알던 날
하루 종일 내리던 비는
그의 주름진 얼굴 위에서
눈물 처럼 흐르고 있었다

폭죽처럼 달려 가는
시간들을 헤아리다 보면
어느새 지치고 늙어
왜소 해진 그의 모습
강물 처럼 흐르는 무상의 세월속에
한없는 무게로 누르던
식구들의 배고픈 투정을
두 어깨에 짊어지고 걸었던
그의  길이,
이제 말 하라면
행복과 고통이 함께 하던
십자가 였음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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