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산

2006.03.19 12:33

강성재 조회 수:356 추천:39

하늘 높은  나무들이 키 자랑 하듯
병렬로 늘어선 계곡을
오르고 또 오르면
산등을 타고 흐르던 눈이
나무 가지에 매달려
황홀한 눈 꽃을 만들어 놓은 길  

오름의 정점
비로소 산에 안기면
산은 수줍어
구름을 똘똘 말아
제 몸 하나 감추기 바쁘고
동서남북이 눈 아래 밟히는 하늘 끝
산과 나무가 하늘, 구름을 벗삼아
붓 끝으로 찍어 놓은
이 대단한 수채화 한폭

온 산이 가슴으로 밀려와
웅비의 나래를 펴고
천하를 한 눈에 조망 하는 교만이
풍선 처럼 부풀어 오르다
산 허리를 가로 질러온 시린 바람에
숙연 해 지면, 바람은
속세에 묻은 문명의 때마져
씻어 가 버린다

산 중턱 어느 골짜기
전설로만 떠돌던
용맹스런 아파치족의 함성 들리는듯,
그래, 이곳은 그들의 성지 였으리
눈 밭 속에 뭍힌 서러운 발자욱
외로운 이름으로 떠돌다
메아리 조차 돌아 오지 않는
원귀가  되었다더라

오늘에사
이름없는 용사의 돌 무덤에 머리 한번 숙이고
세월에 지쳐 나자빠진 고목들의
살아온 이야기 엿들으며
돌아서 내리는 길
서산을 기웃 거리던 조각 구름이
세찬 바람에 흔들리다
골짜기에 촘촘히 박혀
그림 처럼 아름다운,
한국 사람들이 눈 산이라 부르는
MT. H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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