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사랑
2006.03.31 14:38
베토벤의 운명을 듣습니다. 귀 먼 악성(樂聖)이 눈으로 연주하는 소리의 선(線),음절의 마디 마디에 당신의 이름을 적습니다
첼로였나요, 묵직한 음색이 장중하게 저물던 봄날. 연애를 하기엔 너무
늦은 나이에 내 주제엔 가당찮은 사랑이란걸 했지요. 어둠이 내리는
숲속에서 함께 암송했던 꽃말들을 생각 합니다. 눈가에 주름 잡히는
작은 떨림을, 머리칼 한올 한올의 흔들림을 쓸어 올리던 당신의 손끝을
생각 합니다.
숲은 빛을 마시고 빛은 숲이 됩니다. 마지막 남은 빛이 숲속에 묻히고
다시 내려 올 빛을 기다리는 동안 바람은 작은 매듭 하나를 풀어 당신의 가슴에 묻어 두지요..
햇살이 없는 날에도 빛은 어디서 무얼할까 생각 합니다.
삼백 예숫날 햇살 없어도 싱그러운 숲을 볼 수는 없나요.
바람은 붉은 해를 잡아내려 어둠속에 묻어 둡니다.
그 어둠에 잠들었던 숲을 또 다른 바람이 흔들어 깨울때 까지 한줄 한줄
힘겹게 읽어 내려가는 당신의 이야기, 흔들림이 없을때에도 나는 당신을
읽으면 안될까요.
이렇게 설레임이 많은 날에는
바람마져 다정해서
흔들리는 숲속에서 읽어가는
당신의 이야기를
한묶음의 노을로 지고 가고 싶습니다.
첼로였나요, 묵직한 음색이 장중하게 저물던 봄날. 연애를 하기엔 너무
늦은 나이에 내 주제엔 가당찮은 사랑이란걸 했지요. 어둠이 내리는
숲속에서 함께 암송했던 꽃말들을 생각 합니다. 눈가에 주름 잡히는
작은 떨림을, 머리칼 한올 한올의 흔들림을 쓸어 올리던 당신의 손끝을
생각 합니다.
숲은 빛을 마시고 빛은 숲이 됩니다. 마지막 남은 빛이 숲속에 묻히고
다시 내려 올 빛을 기다리는 동안 바람은 작은 매듭 하나를 풀어 당신의 가슴에 묻어 두지요..
햇살이 없는 날에도 빛은 어디서 무얼할까 생각 합니다.
삼백 예숫날 햇살 없어도 싱그러운 숲을 볼 수는 없나요.
바람은 붉은 해를 잡아내려 어둠속에 묻어 둡니다.
그 어둠에 잠들었던 숲을 또 다른 바람이 흔들어 깨울때 까지 한줄 한줄
힘겹게 읽어 내려가는 당신의 이야기, 흔들림이 없을때에도 나는 당신을
읽으면 안될까요.
이렇게 설레임이 많은 날에는
바람마져 다정해서
흔들리는 숲속에서 읽어가는
당신의 이야기를
한묶음의 노을로 지고 가고 싶습니다.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60 | 산골에서 | 강성재 | 2006.04.08 | 459 |
59 | 흔들리는 길 | 강성재 | 2006.05.24 | 446 |
58 | 벽 | 강성재 | 2006.04.08 | 417 |
57 | 잔인한 오월 | 강성재 | 2006.04.06 | 453 |
» | 늦사랑 | 강성재 | 2006.03.31 | 694 |
55 | 통나무 선술집 | 강성재 | 2006.03.24 | 706 |
54 | 자화상 | 강성재 | 2006.03.24 | 382 |
53 | 안개속의 콜롬비아강 | 강성재 | 2006.03.24 | 498 |
52 | 이른봄날 | 강성재 | 2006.03.21 | 390 |
51 | 국화사랑 | 강성재 | 2006.03.21 | 390 |
50 | 친구야 | 강성재 | 2006.03.21 | 360 |
49 | 첫 키스 | 강성재 | 2006.03.19 | 620 |
48 | 눈산 | 강성재 | 2006.03.19 | 356 |
47 | 새벽을 열며 | 강성재 | 2006.03.19 | 274 |
46 | 봄날밤의 눈 | 강성재 | 2006.03.11 | 318 |
45 | 아버지 | 강성재 | 2006.03.11 | 312 |
44 | 숲속 산책길 | 강성재 | 2006.03.11 | 372 |
43 | 내안의 당신 | 강성재 | 2006.03.11 | 358 |
42 | 일 출 | 강성재 | 2006.03.09 | 327 |
41 | 삼월의 눈 [2] | 강성재 | 2006.03.09 | 38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