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 피

2006.05.24 10:28

강성재 조회 수:454 추천:104

그녀는 나의 은밀한 여인이다
그녀는 비밀처럼 몸속 어딘가에
오묘한 향을 간직한다
나는 습관처럼 하루에도 몇번씩
그녀를 마시며 나만의 사랑을 한다
그럴때마다 나의 혼은 쑥쑥 자라서
죽어서는 갈 수 없는 향의 나라
달의 뒤편으로 문을 연다

내가 그녀의 과거에 집착하는것은
순전히 아름다운
그녀와의 만남 때문이다
꼼꼼히 출생지를 따지고
향기를 식별해 보고
언제 어디서 어떻게 구웠는지를 살핀다

서서히 원을 그리며
그라인더에 원두를 간다
커피를 내릴때 나의 손은 마치
거문고 현의 미세한 떨림처럼,
처음으로 여인의 가슴을 만지는
사내의 떨림 처럼
무아의 외길을 걷는다
커피의 양과 물은 언제나
나의 손끝에서 조절된다

은밀한 여인과의 불륜을 즐기듯,
내밀한 남의 비밀을 들여다 보듯
뜨겁게 한잔의 향을 마신다
그토록 간절한 한편의 시가
내 가슴에 앉을 때까지

커피향을 사랑하는 내가
바로 시(詩)인것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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