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를 타고, 쉰살의 저 너머

2006.05.26 12:44

강성재 조회 수:392 추천:89

실제로 이른 새벽을 달리는 기차를 타면
사람들은 차창에 기대어
미명의 여정에 잠들기도 하고
더러는 도란 도란 세월을 훔치기도 하지만
기차는 먼 길을 지치지도 않고
앞만 보고 달려 가는 것인데
정신없이 흔들려 온 쉰살의 저 너머
찢어진 훈장처럼 너덜거리는 긴 이야기들속에
기차는 하나 둘 녹슬어 가겠지만
누군가는 더러 이 나이에
녹슬지 않은 새 차를 갈아 타고 싶어
웬지 가슴속에 묻어 두었던
꿈 하나를 꺼내드는 것인데
그리하여 산다는것이 어쩌면
지루하고 따분하기도 해서
황량한 벌판위에 모래성을 짓기도 하고
다음 정차역의 순간을 기다리기도 하다가
문득 기차가 시간표대로만 움직이는
기관사의 쓸쓸한 배역만은 아니라는 것을
눈치체거나 짐작 하는 것인데
그러다 갑자기 살같이 달리는
기차의 속도에 몸을 실어
언듯 언듯 스쳐 지나가는 창밖에
미련을 두기도하는 것이어서
어쨋든 살아야 할 쉰살의 저 너머
미련한 이름 석자라도 남기고 싶어
뾰족한 驛舍의 저 지붕끝
젊은날의 꿈 하나를 새기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만
비명과도 같은 긴 기적을 울리며 달려가는 기차는
기다려 주지 않는 것이라서
이제는 저보다 빠른 쉰살의 저 너머
불확실한 지향점을 향해
사라져간 시간들의 그림자를 밟고 서서
석양을 머리에 인 강 기슭이거나
불꺼진 창가에 홀로 선 가로등이거나
그만큼 절실했던 수많은 소망들을 잃어버린
지금, 쉰살의 저 너머
아직도 미망에 허덕이는 가슴앓이 하나로
그렇게,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어서
기차는 가고 있는 것이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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