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 굽던 날

2007.01.01 10:30

강성재 조회 수:361 추천:94

제주도 흙돼지 한마리
온 집안을 맨발로 돌아 다니고 있다
겹겹이 쌓이는 돼지 발자국
토악질이라도 해야 할까

치과엘 다녀 왔다
벌레 먹은 왼쪽 어금니
오늘 뽑았는데 여전히
욱신거리고 통증이 가시지 않는다
물 한모금 삼키는 것도 중노동이다

불판 위의 돼지
지글 지글 익고 있다
아내와 딸아이
상추쌈 얹어서 맛있게 먹는 너머로
찡그린 얼굴이 쳐다 본다
지글거리는 것은 삼겹살만이 아니다
먹고 싶어도 씹지 못하는
내 속도 지글 거린다

맛있게 익은 삼겹살 위에
돌아가신 장모님 앉아 계신다
이 사람아 삼겹살은
소주 한잔 하면서 먹는 법이여
어여 쭈욱 한잔 하시게
유난히 삼겹살에
소주 좋아 하시던 장모님

아내가 한쌈 가득 얹어서
쑤욱 내 입으로 들이 민다
앞에 계신 장모님
어서 먹으라는 시늉 하시며  
소주잔 들어 보이시는데
한입 가득 담은 삼겹살
씹지를 못하겠다
이놈의 돌팔이
신경을 잘못 건드린건 아닌가

장모님이 아니 계신
처가집은 참 쓸쓸했었다
삼겹살에 소주 한병
장모님 사랑이 그리운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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