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올때

2007.01.01 10:33

강성재 조회 수:345 추천:94

나는 낙동강 물을
가슴에 퍼 담았다
끝없이 끝없이 부었다
그래도 바닥은 끝내 보이지 않았다

내가 이 강을
품고 가야 할 곳이 있음을
나는 말하지 못했다
차마 두고 갈 수 없어
그렇게 품어 가야 한다고
말 할 수 없었다
너와 나 잠시 헤어지는 것이라고
구차한 변명이라도 해야 했지만
나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가슴에 담은줄 알았던 강물이
다시 쏟아져 흐르는 것을
내가 알지 못했다
나는 다만 강을 가슴에
품은줄만 알았는데
강은 여직도 흐르고
나만 떠나고 없다

떠나야 한다는 것은,
정을 두고 간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남아 있는 것들은
그리움 없이도
세월을 잘만 삼키는데
그러나 떠난 사람은
아직 눈물 한방울도 삼키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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