꽁보리밥

2007.01.29 10:02

강성재 조회 수:434 추천:106

하루해 너무 길던
어느해 늦은 봄
꽁보리밥 한그릇에
주린 배 체우던 날
밥주발 안에서
푸득푸득 날아 다니던
허기의 냄새를 끄집어낸다

살빠진 볼우물 마다
잦아들던 숨소리
피기도 전에 시들던 아이들과
저마다 꺾어진 청춘 하나쯤 지게에 지고
오랜 가믐에 쭉정이만 남은
보리 이랑에 앉아
허수아비가 되던 아제들의
휘어진 등을 기억 해 낸다

하얀  이밥에
연한 고기만 먹던 입에
뭉쿨한 꽁보리밥 한덩이 비빈다
치즈 버터 챙기던 손에
까칠한 세월 한덩이 얹어본다
어미 빈 젖꼭지 물고 숨넘어 가던
아이들 울음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잔인한 허기를 잊은
보리밥은 고소하다

시커먼 보리밥 한덩이에
시큼한 김치 한사발
그 험한 고개 넘으면서도
가난은 부끄럽지 않았고
가슴은 따뜻했다

식구끼리 도란도란
꽁보리밥 한그릇
그 순수의 정이 그리운 요즘
윤기 흐르는 식탁이 부끄러워 지는건
무슨 까닭인가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00 내 마음에 뜬 달 강성재 2007.02.10 430
99 이민 온 진돗개 강성재 2007.02.07 399
» 꽁보리밥 강성재 2007.01.29 434
97 겨울 동치미 [2] 강성재 2007.01.23 463
96 기다림 강성재 2007.01.23 391
95 고드름 [2] 강성재 2007.01.18 370
94 떠나올때 강성재 2007.01.01 345
93 삼겹살 굽던 날 강성재 2007.01.01 361
92 새해에는 강성재 2006.12.29 377
91 그 아이 [1] 강성재 2006.12.24 402
90 밥심 강성재 2006.12.19 360
89 강성재 2006.12.18 348
88 어느 노숙자의 주검 강성재 2006.12.16 369
87 12월 강성재 2006.12.13 438
86 폭설 강성재 2006.12.11 355
85 동행인 강성재 2006.12.09 387
84 어떤 산행(山行) 강성재 2006.12.05 429
83 차마 놓지 못하는 손 강성재 2006.11.29 388
82 한해가 가기전에 강성재 2006.11.27 389
81 계단 강성재 2006.11.27 378

회원:
0
새 글:
0
등록일:
2015.08.05

오늘:
0
어제:
5
전체:
48,9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