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는 새를 사랑하지 않는다

2007.02.10 07:42

강성재 조회 수:413 추천:94

호수와 사랑에 빠진 나무
뿌리채 물속에 누워있다
제 몸 모두 뺏기고도 천연덕스럽게
눈물 한방울 흘리지 않는 나무
산을 돌아 온 바람이
호수를 흔들고서야
나무는 비로소
얕은 신음을 뱉으며 출렁인다
호수의 유혹은 영원일까 찰라일까
상처없는 사랑은 호수의 신비다
흙한톨 흘리지 않고 나무를 품어버리는
저 빼어난 기술
호수는 그러나 새를 사랑하지 않는다
온 몸으로 울어대는 새들에게
호수의 수면은 불가사의한 장막이다
훤히 들여다 보이는 호수의 안을
새는 결코 갈 수가 없다
저를 사랑하는 새를 버리고
호수로 간 나무는
호수의 사랑을 영원하다 믿은걸까
수면의 안과 밖
상처 하나 없이 호수는
산을 옮기고 나무를 옮긴다
그러나 호수는
새를 사랑하지 않는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20 어떤 영안실 강성재 2007.06.21 432
119 내 마음에 뜬 달 강성재 2007.02.10 430
118 어떤 산행(山行) 강성재 2006.12.05 429
117 야간 보행 강성재 2008.09.29 427
116 샛 강 [1] 강성재 2005.12.07 427
115 강성재 2006.11.21 426
114 밤비 [2] 강성재 2006.03.05 426
113 忘年 望年 강성재 2008.12.19 424
112 낡은 구두 한컬레 강성재 2008.10.07 423
111 아메리칸 드림(2) 강성재 2008.02.01 422
110 미국독립기념 축제의 명암(明暗) 강성재 2008.07.17 420
109 가을과의 이별 강성재 2006.11.04 417
108 강성재 2006.04.08 417
107 꿈속의 파라다이스 강성재 2008.09.20 415
106 명상 강성재 2007.09.29 413
» 호수는 새를 사랑하지 않는다 강성재 2007.02.10 413
104 비 오는 날의 공동묘지 강성재 2007.05.12 412
103 내 마음의 섬 강성재 2008.06.03 411
102 겨울에는 사라지는 마을 강성재 2009.03.26 410
101 꼽추 강성재 2009.02.16 409

회원:
0
새 글:
0
등록일:
2015.08.05

오늘:
0
어제:
0
전체:
48,986